최근에 부동산 시장 쪽에서 “PF 건전성 개선방안”이라는 정책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요지는 이렇다. PF 사업에서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3% 수준인데, 2027년 5%, 2028년 10%, 2029년 15%, 2030년에는 2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말로 풀면 “자기 돈 30억 가지고 1000억짜리 사업 벌이는 건 막겠다”는 취지다. 취지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이게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이냐는 점이다.
실제 시장에서 그런 PF가 얼마나 많을까
솔직히 말해서, 요즘 시장에서 자기자본 거의 없이 수백억, 수천억짜리 PF 대출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다. 금융사들도 바보는 아니고, 이미 상당히 보수적으로 굴고 있다. 자금조달이 느슨해서 문제가 터진다기보다는, 이미 너무 조여져 있어서 숨이 막히는 쪽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자주 예로 드는 PF 리스크 사례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인데,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순수한 민간 PF라고 보기는 애매하다. 공공기관의 보증이 붙은 형태였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자금이 조달됐다. 민간 시행사가 자기자본 거의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터진 전형적인 케이스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그런데 이런 사례 하나를 근거로 전체 PF 시장을 한꺼번에 더 조이겠다는 접근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자기자본 비율을 올리면 누가 제일 먼저 탈락할까
문제는 이 규제가 “나쁜 사업자만 걸러내는 필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금력이 압도적으로 좋은 대형 사업자만 살아남고, 중간 규모 시행사나 조합 중심의 사업들은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 같은 사업은 구조상 초기 자기자본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합이 출발 단계에서 거액의 현금을 들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단계적으로 자금이 쌓이는 구조다. 그런데 시작부터 자기자본 비율을 높게 요구하면, 애초에 출발선에도 서지 못하는 사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출은 충분히 빡빡하다
더 답답한 건 타이밍이다. 이미 개인 대출은 상당히 막혀 있고, 이주비 대출도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실수요자조차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 PF까지 더 조이면, 결과는 간단하다. “위험한 사업이 줄어든다”가 아니라 “사업 자체가 줄어든다”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재개발이 늦어지고, 공급이 늦어지고, 그 부담은 결국 시장 전체와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이건 안정이 아니라 정체에 더 가깝다
정책의 목적이 시장 안정이라면, 나는 이 방식이 오히려 정체를 만드는 방향에 가깝다고 느낀다. 공급이 줄고, 사업이 멈추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격이 안정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왜곡될 가능성도 크다.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그 규제가 “문제가 된 특정 유형”을 정교하게 겨냥해야지, 전체를 한 번에 조여버리면 선량한 사업과 정상적인 공급까지 같이 말려 들어간다. 그게 지금 이 PF 규제 강화 방안이 가진 가장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피해는 나중에 보통 사람들이 본다
정책이 발표될 때는 항상 거창한 명분이 붙는다. 건전성, 안정, 리스크 관리 같은 말들이다. 하지만 몇 년 뒤 돌아보면, 그 사이에 무산된 사업들, 늦어진 입주들, 더 비싸진 집값만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이 PF 규제 강화 방안을 보면서 드는 감정은 기대보다는 걱정이다. 이게 정말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지, 아니면 그냥 숨통만 더 조이는 결과가 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후자 쪽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숫자로 보면 질서가 잡히는 것 같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 숫자 하나 때문에 멈춰 서는 일들이 훨씬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멈춤의 비용은 결국 정책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집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도시 전체가 나눠서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