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금융권에서 회수 불능으로 분류된 ‘추정손실’ 대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3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연체 수준을 넘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고위험 부실채권을 의미하며, 금융기관에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지는 항목입니다. 언론과 일부 전문가는 이를 두고 “가계부채 전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심지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까지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체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가계부채는 단일 덩어리가 아닌 다양한 성격의 대출로 구성되어 있고,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여전히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은행별 추정손실 증가 원인, 가계부채 구성과 리스크 구간의 차이, 주담대 연체율 및 상환 방식, 금리 인상 논쟁의 구조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추정손실 3조 시대: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
2025년 6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중·지방·인터넷·국책은행 등 20곳의 고정이하여신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대출 금액이 총 3조1483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불과 1년 전보다 5733억 원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추정손실’은 연체 상태에 있는 대출 중에서도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최종 손실 항목으로, 금융기관이 자산에서 제외하고 손실처리 준비를 해야 하는 부실계정입니다.
은행별 주요 증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업은행: 2021년 3087억 원 → 2025년 6103억 원 (4년간 3016억 원 증가, 97% 상승)
- 카카오뱅크: 312억 원 → 1362억 원 (336% 증가)
- SC제일은행: 305억 원 → 748억 원 (145% 증가)
- 제주은행: 30억 원 → 266억 원 (779% 폭증)
- 국민은행: 1073억 원 → 2376억 원 (2배 이상 증가)
전체적으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에서의 부실 급증이 두드러졌으며, 이는 비대면 신용대출의 급팽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공급되었던 소상공인 대상 정책금융과 중저신용자 대출이 경기 침체와 함께 부실화되기 시작한 점이 핵심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가계대출 총량 vs 실제 리스크: 구조적 분해 필요
많은 언론은 위 수치를 근거로 “가계부채가 위험하다”고 단정하지만, 가계대출은 단일한 대출군이 아니라 다양한 성격의 금융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리스크 수준도 크게 다릅니다. 2025년 현재 가계대출 총액은 약 1100조 원이며, 그 중에서 주담대가 약 780조 원(약 7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전세자금대출 등 무담보·단기성 대출이 약 320조 원에 해당합니다.
이 중에서 실질적인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군은 담보가 없는 고금리 신용대출과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대출입니다. 반면, 주담대는 부동산이라는 실물 담보가 존재하고, 연체 시 경매·환수를 통해 일정 부분 회수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주담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LTV(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심사 장치도 정교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무작위로 대출이 이뤄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주담대 연체율과 상환 방식: 수치로 보는 ‘안정성’
주담대의 상대적 안정성은 연체율 수치와 상환 방식 변화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0.59%
- 은행권 주담대 연체율: 0.28%
- 비은행권 주담대 연체율: 0.94%
- 국민은행: 0.21%
- 신한은행: 0.24%
- 하나은행: 0.20%
- 우리은행: 0.23%
0%대의 연체율은 국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병행하는 혼합형 상품이 확대되면서, 단기 금리 변화에도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설계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담대 상환 구조 변화도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 혼합형 금리 상품 비중: 신규 주담대의 약 67%
- 원리금균등 상환 방식 비중: 전체 주담대의 약 73%
과거에는 이자만 갚고 만기 일시에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가 많았으나, 최근 대부분의 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 원금이 줄어들고, 전체 부담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구조적 장점을 제공합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한국 기준금리 딜레마
2026년부터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좁혀질 경우, 자본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일부 전문가는 이를 막기 위해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다음과 같은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
- 가계부채 전체를 동일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음 → 실제로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리스크 구조가 완전히 다름
- 기준금리 인상이 실수요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음 → 주담대 차주 중 상당수는 혼합금리 구조로 단기 금리 상승에 덜 민감
- 자산 시장과 내수 소비 위축 가능성을 간과 →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기에 오히려 부담
통화정책은 단순히 환율이나 외자 유출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내수 경제, 가계구조, 자산시장 전체를 고려한 복합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특히 현재처럼 주담대 중심의 가계부채 구조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연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결론: ‘총량’ 아닌 ‘구조’로 부채를 봐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히 총액이나 금리 수준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전체 대출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낮은 연체율과 구조적 방어력을 갖춘 안정적인 금융상품입니다. 반면, 진짜 문제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대면 고위험 대출, 자영업자 대출 등 일부 영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 대응 역시 ‘전가계부채 리스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구조적 세분화에 기반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금리 결정 역시 외부 기준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구조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근거 기반 판단이 이뤄져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