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주거 문제는 이제 단순한 개인의 고민을 넘어,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 제도와 가계 부채 구조가 복잡한 도시에서는, 해외 도시들의 주거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큽니다. 이 글에서는 뉴욕, 베를린, 도쿄 세 도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주거 안정화 전략을 비교 분석하고, 한국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함께 제시해 봅니다. 무엇보다 주거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필수재라는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아래 글을 이해하기 쉬울 거로 보입니다.
🏙️ 뉴욕: 규제와 인센티브의 절묘한 균형을 추구한 도시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임대료 규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도시 중 하나로, 세입자 보호와 민간 공급을 병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도는 ‘렌트 스테빌라이제이션(Rent Stabilization)’입니다. 6세대 이상, 1947~1974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에 대해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고, 세입자의 계약 갱신을 강제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일부 오래된 건물에는 ‘렌트 컨트롤’ 제도가 남아 있어, 수십 년 동안 임대료가 동결된 채 유지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규제를 보완하기 위해 뉴욕시는 인센티브 기반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클루저너리 하우징(Inclusionary Housing)’입니다. 민간 개발업체에게 일정 비율의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을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을 유지하면서도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정책 효과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추진하고 있는 바가 있습니다.
다만 뉴욕도 완벽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규제를 우회하거나 법적 소송으로 정책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규제와 유인을 병행한 복합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 베를린: 시민 주도의 강력한 공공 개입과 실험적인 주거 정의 실현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급진적인 주거 정책 실험을 시도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약 85%에 달하는 임대주택 비율은 도시 특유의 세입자 중심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베를린 시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임대료 상한제(Mietendeckel)’를 시행합니다. 이는 2019년 이전 임대료 수준으로 가격을 동결하고, 신규 계약 시에도 그 상한선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2021년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게 됩니다. 주거 정책의 입법 권한이 연방정부에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사건은 오히려 베를린 시민들의 집단행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대형 민간 임대사업자 국유화’를 요구하는 주민투표가 실시되었습니다. 1만 가구 이상을 보유한 부동산 기업의 소유 주택을 매입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하자는 안에 59%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현재까지도 이 정책의 실현 여부는 논의 중이지만,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의식 변화와 정책 추진력은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베를린의 사례는 단순한 세입자 보호를 넘어, 공공과 시민이 연대하여 주거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줍니다. 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개입을 이끌어낸 점에서, 서울 등 대도시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선 상당부분이 공공주택으로 충당되어야 함에도 우리나라 공공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 비율 중 10%가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도쿄: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한 주거 안정 실현
도쿄는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으로 오히려 임대료와 집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매년 약 10만 가구 이상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며, 민간 건설사 중심의 개발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공급 확대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일본의 비교적 유연한 건축 및 재개발 규제가 있습니다. 용적률이나 고도제한, 용도지역 변경 등에 있어 행정처리가 간소하고 예측 가능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도시재생기구(UR)’를 통해 비소득 기준의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UR 임대주택은 입주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계약 갱신료와 보증금이 없으며, 주거비 부담도 낮습니다. 2023년 기준 70만 가구 이상이 UR 임대 시스템을 통해 주거 중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 외국인, 은퇴자 등 주거 취약 계층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쿄는 단순히 ‘많이 짓는다’는 공급 중심 모델이 아닙니다. 규제 완화와 민간 활성화, 공공 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구조이며, 도시 전체가 ‘유입과 순환’이 가능한 주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서울과 비교하면, 과밀 상태에도 불구하고 주거 문제를 완화하는 데 성공한 드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도시별 정책 비교 요약
| 도시 | 주요 정책 | 정부 개입 정도 | 세입자 보호 방식 | 민간 참여 |
|---|---|---|---|---|
| 뉴욕 | 임대료 규제 + 인센티브 개발 | 중간 | 계약 갱신 권리, 인상 제한 | 적극 참여 (인클루저너리) |
| 베를린 | 임대료 상한제, 국유화 추진 | 강함 | 법률 보호 + 시민운동 | 제한적 |
| 도쿄 | 규제 완화 + UR 공공임대 | 낮음 | UR 시스템, 계약자 유리 조건 | 중심축 (민간 건설사) |
📌 한국이 배워야 할 교훈: 공급·규제·공공의 삼각 균형
세 도시의 공통점은 단순히 공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입자 보호와 공공 개입, 그리고 민간 유인의 균형을 전략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뉴욕은 시장 메커니즘 속에서 제도를 활용했고, 베를린은 시민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주거권 운동을 확장했으며, 도쿄는 공급 효율성을 높이며 공공 안전망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서울은 공급 중심의 정책에 집중하면서도, 규제와 공공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단순히 양적 공급 확대가 아닌, 세입자의 권리 보장, 지역별 수요 맞춤형 정책, 공공-민간의 협력 구조 등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며, 미래 세대의 사회적 이동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제는 해외 도시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서울형 주거 모델을 재정립할 때입니다. 다만 여기서도 명심해야할 것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권리 보장만 한다면 그에 대한 역풍은 권리 강화를 받는 사람들이 더 강력하게 받게 된다는 점이다.
✅ 결론 – 서울이 나아가야 할 주거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해외 주요 도시의 주거정책은 단순히 공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세입자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 민간의 유인 구조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뉴욕은 규제와 인센티브를 병행하며 시장 내에서 균형을 찾고 있고, 베를린은 시민 주도의 주거 정의를 위한 실험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도쿄는 민간 중심 공급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주거 안정화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 특히 서울은 이들 사례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집값 안정이나 공급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거의 질’, ‘주거 접근성’, ‘세입자 권리’ 등을 고려한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특히, 공공과 민간의 균형 있는 역할 분담, 지역 수요에 맞춘 탄력적 공급 시스템, 청년과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주거 정책이 ‘양적 확장’에서 ‘질적 전환’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시점입니다. 세계 도시들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지속 가능한 서울형 주거 모델 구축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동시에 명심해야할 부분은 그동안 대한민국 주거비는 OECD 중 가장 저렴한 국가 중 하나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