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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전면 개편 가능성은? (재초환제, 부동산정책, 공급구조)

by 마일 100 2025. 12. 23.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주택 공급 논의가 나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쟁점이다. 최근 수도권 공급 대책과 맞물리며 재초환제의 전면 개편 또는 폐지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한때 폐지 카드가 논의되었다가 철회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재초환제의 구조적 문제, 정치권이 쉽게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이 제도가 왜 재건축 사업을 반복적으로 좌초시키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탄생 배경과 정책 철학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2000년대 중반 급격한 집값 상승과 함께 등장했다. 당시 정부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통한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하고, 이것이 다시 투기를 부추긴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적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 아래 재초환제가 도입되었다. 제도의 기본 철학은 단순하다.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한 초과이익 중 일정 부분은 공공이 회수해 사회 전체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제도가 만들어진 시점의 시장 환경과 현재의 시장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재건축이 곧 막대한 이익을 의미했지만, 현재는 공사비 급등, 금융 비용 증가, 각종 규제 누적 등으로 인해 재건축이 반드시 ‘고수익 사업’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초환제는 과거의 기준과 논리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재초환제는 조합원 개인의 실제 현금 수익과 무관하게 ‘장부상 이익’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한다는 점에서 현장과 괴리가 크다. 집을 팔지 않고 실거주를 목적으로 재건축에 참여한 조합원에게도 수억 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은 제도의 정당성 논란을 키우는 핵심 요소다.

초과이익 산정 구조의 문제점과 예측 불가능성

재초환제가 현장에서 가장 큰 반발을 불러오는 이유는 초과이익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이다. 초과이익은 사업 종료 시점의 주택 가격에서 사업 개시 시점의 가격개발비용 등을 차감해 산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감정평가는 평가 시점, 비교 대상, 시장 상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 “최종적으로 얼마를 부담하게 될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재건축은 통상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사업인데, 그 사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집값이 상승하면 할수록 부담금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사업이 진행될수록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사업 의사결정 자체를 마비시킨다. 조합 총회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질문은 “그래서 우리가 얼마를 내야 하느냐”인데, 이에 대해 명확히 답할 수 없다는 점이 재건축 사업을 장기 표류 상태로 만든다. 공급 확대를 원한다면, 최소한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재초환제가 재건축 사업을 좌초시키는 실제 메커니즘

재건축 사업은 단순히 조합정부 간의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 간의 이해관계, 시공사 선정, 금융 조달, 인허가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재초환제는 이 모든 과정에 불확실성을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부담금이 클수록 조합원 간 갈등은 심화되고, 이는 총회 부결, 소송, 조합 해산으로 이어진다.

특히 고령 조합원의 경우, 재건축 후 장기간 거주를 계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억 원의 부담금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사실상 재건축 참여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재초환제는 ‘투기 억제’라는 목적과 달리, 실거주 중심의 정상적인 재건축 수요까지 억누르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초환제는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주택을 낡은 상태로 방치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는 안전 문제, 도시 경쟁력 저하, 주거 환경 악화라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민주당의 재초환제 폐지 검토와 철회 과정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실제로 재초환제 폐지 또는 대폭 완화 카드가 검토된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내 일부 정책통과 국회의원들은 “재초환제가 더 이상 투기 억제 수단이 아니라 공급 차단 장치로 변질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 도심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없이는 현실적인 공급 확대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 논의는 곧바로 정치적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재초환제 폐지는 곧 ‘강남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으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았고, 전세사기·청년 주거 불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해당 카드는 여론상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다. 당 지도부 역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자 해당 논의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은 “폐지는 어렵지만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후퇴했다. 이는 재초환제가 정책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손대기 매우 어려운 제도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와 국토부의 현실적 고민

정부 역시 재초환제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도 재건축을 통한 도심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재초환제를 전면 폐지할 경우, 투기 수요 자극과 정책 일관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방향은 전면 폐지보다는 부분 유예, 부담금 상한 설정, 장기 보유·실거주자 감면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세 조정만으로는 조합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시장은 “결국 얼마나 줄어드느냐”보다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본다.

해외 개발이익 환수 제도와의 결정적 차이

해외에서도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 개념은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는 세금 형태로 간접 환수를 하거나, 인센티브 패널티를 동시에 설계한다. 한국처럼 사업 종료 시점에 대규모 현금 부담금일괄 부과하는 구조는 드물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개발이익 환수와 동시에 용적률 완화, 인허가 간소화, 공공 인프라 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즉, 부담만 지우는 구조가 아니라 참여할 유인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재초환제가 국내에서 강한 반발을 받는 이유 역시 ‘벌칙만 있고 보상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재초환제 개편이 공급 정책에서 갖는 의미

재초환제 개편은 단순한 세제 논의가 아니다. 이는 수도권 주택 공급 구조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신규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도심 재건축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공급 수단이며, 이를 막는 제도가 유지된다면 어떤 공급 대책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재초환제를 쉽게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수록 그 부담은 무주택자청년 세대에게 돌아간다. 재초환제 개편은 ‘부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공급 정상화를 위한 구조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결론: 재초환제는 폐지냐 유지냐의 문제가 아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핵심 쟁점은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현재의 시장 환경과 정책 목표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이다. 공급 확대를 원하면서 공급을 가로막는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다.

이제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논의를 미루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놓고 공개적인 사회적 합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재초환제는 손대기 어려운 성역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춰 조정되어야 할 정책 수단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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