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법인세율, 증권거래세, 주택 보유세 등 전방위적인 증세 정책을 펴는 가운데, 그 영향이 ‘세금 대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현실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경 유승호 기자는 이를 정확히 짚었다. 정부는 부유층이나 법인에게 세금을 부과했지만, 결국 실제 세금을 부담한 것은 서민, 소비자, 세입자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세 전가(Tax Incidence)와 조세 귀착(Tax Burden Shifting) 개념으로 설명된다.
🏘️ 1. “부자에게 걷은 세금, 서민이 냈다” — 부동산의 조세 전가 구조
대표적인 사례는 주택 보유세다. 기사에 소개된 일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정부가 임대주택 재산세를 50만원 인상
- 집주인은 새 세입자를 받으며 월세 5만원 인상
- 세입자는 1년 동안 60만원을 더 부담
- 집주인은 세금 50만원을 내고도 오히려 수입이 늘어남
형식적으로는 집주인이 세금을 냈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입자가 세금을 대신 부담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세 전가와 조세 귀착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러한 구조는 공급이 부족한 시장일수록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오늘날의 주택시장에서는 세입자의 선택권, 즉 탄력성이 매우 작아져 조세 전가가 거의 100%에 가깝게 일어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주택 공시가격이 10% 오르면 전셋값은 1~1.3% 상승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즉, 보유세 인상은 매우 높은 확률로 전·월세 인상으로 연결된다.
💼 2. 법인세 인상도 결국 ‘일자리와 월급’에 영향
법인세 역시 조세 귀착이 강하게 나타나는 세금이다. 법인은 세금을 ‘납부’할 수는 있지만 ‘부담’할 수는 없다. 늘어난 세금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 전체에 전가된다.
- 근로자: 임금 상승 억제, 일자리 축소
- 소비자: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
- 주주: 배당 감소
결국 기업에 부과된 세금은 가계와 소비시장 전반으로 흘러 들어간다.
📉 3. 증세가 세수 증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 사중손실의 함정
정부는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으로 향후 5년간 17조 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는 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반드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율이 오르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소비를 미루며, 시장 전체의 거래량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이라고 한다.
즉, 세금은 국가 재정을 위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시장 효율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 4. 해외는 어떻게 하나? — 보유세와 세입자 보호의 균형
🇺🇸 미국
- 공실 주택에는 높은 세율 적용(Vacant Home Tax)
- 도시별로 1~5% 추가 과세
- 실거주·임대 중 주택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유세 유지
- 세입자 보호를 이유로 임대주택 보유세 완화 구조 운영
🇸🇬 싱가포르
- 거주 주택: 보유세 4~16%
- 비거주 주택: 최대 36% 중과
🇯🇵 일본
- 임대주택에 대해 고정자산세 감면
- 장기 임대 시 감면율 확대
해외 주요국의 공통점은 ‘소유 자체’보다 ‘사용 여부’와 ‘주거 기능’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세 전가로 인한 세입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 5. 사치재와 필수재의 차이 — 부동산 세금이 더 위험한 이유
모든 재화에 대한 세금이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적으로 재화는 크게 사치재와 필수재로 나뉜다.
사치재(명품 가방, 명품 의류, 고가 시계 등)
-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할 수 있음
- 대체재가 존재
- 수요의 탄력성이 큼
따라서 명품백이나 고가 사치품에 세금을 올리면, 소비자는 단순히 “안 사면 그만”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세금 부담은 비교적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귀착되지만, 민생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필수재(주거, 전기, 수도, 교통, 의료)
- 가격이 올라가도 소비를 줄이기 어려움
- 대체재가 거의 없음
- 수요의 탄력성이 매우 낮음
부동산, 특히 주거는 대표적인 필수재다. 집이 비싸다고 해서 사람들이 “주거를 포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택 보유세나 취득세를 올리면 그 부담은 거의 그대로 세입자와 실수요자에게 전가된다.
이 점에서 부동산 세금은 사치품에 대한 세금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필수재에 대한 과도한 증세는 곧바로 민생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 결론: 세율보다 중요한 건 ‘세금 설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세율’이 아니라 ‘더 정교한 세금 설계’다.
유승호 기자가 지적한 핵심은 분명하다.
- 세율을 올린다고 부자가 항상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 잘못 설계된 세금은 서민에게 날벼락처럼 전가된다.
- 특히 전세·월세처럼 대체재가 거의 없는 필수재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이 곧 임대료 상승으로 직결된다.
해외처럼 공실 여부, 임대 여부,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세금을 차등 설계해야 하며, “누가 세금을 내느냐”보다 “누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느냐”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세금은 문명사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설계가 잘못되면, 부자를 겨냥한 세금이 서민의 삶을 더 무겁게 짓누르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