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가 잇따라 혼선을 빚고 있다. 이번에는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비판 여론에 밀려 ‘규제지역 내 대환대출 LTV’를 70%로 복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완화가 아니다”라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상향과 중도금 대출 규제 등 여전히 남은 금융제약이 시장 안정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 LTV 복원, 왜 필요했나?
10·15 대책 직후 시장에서는 대혼란이 일었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 → 40%으로 급격히 낮췄기 때문이다. 이 규제는 신규 구입자뿐 아니라 기존 차주가 더 낮은 금리를 찾아 ‘갈아타기(대환대출)’를 하려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즉, 기존에 70%까지 대출을 받았던 차주는 대환을 위해서는 일단 원금의 30%를 상환해야만 새 대출로 갈아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대출 갈아타기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서민층을 옥죄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위원회는 24일 발표를 통해 “증액 없는 대환대출은 기존 LTV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즉, 10·15 대책 이전에 70% LTV로 대출을 받은 차주는, 대환 시점이 규제 이후라도 종전 70% 한도를 인정받는다. 이는 10월 27일부터 적용된다.
■ 금융위의 해명: “새 주택 구입 아니고 상환 부담 줄이는 목적”
금융위는 이번 조치가 “투기 억제 취지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대환대출은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이 아니라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부채 확대가 아니므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논리다.
같은 맥락에서 전세퇴거자금대출도 이번 규제에서 빠졌다. 6월 27일 이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이라면 규제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종전 LTV가 적용된다. 이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자금난을 우려한 조치다.
■ 하지만…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그대로 규제
시장에서는 “대환대출 LTV 완화는 일단 다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나 ‘기존 차주’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 잔금대출, 이주비 대출 등 신규 대출은 여전히 LTV 40%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분양을 앞둔 수많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과 실수요자들에게는 현실적인 부담이 여전하다. 특히 중도금 대출의 경우 “주택 공급과 직결되는 사업비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이 규제가 유지되는 한 “공급 절벽” 현상은 불가피하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이번 조치는 대환 목적에 한정된다”며 “중도금이나 신규 대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 DSR 상향이 가져올 구조적 제약
또 다른 문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10·15 대책에서는 LTV만 낮춘 게 아니라, DSR 하단 기준(적용 최소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기존에는 DSR 40%가 적용되던 차주군 중 일부는 이번 개편으로 사실상 DSR 30~35%만 인정받게 된다.
이 말은 즉, LTV를 아무리 70%로 유지해도 DSR 계산상 대출 한도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예컨대 연소득 6,000만 원인 차주의 경우, DSR 40% 기준으로는 약 3억 원까지 가능하던 대출이 DSR 30%로 바뀌면 2억 2천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결국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여력”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LTV 완화라는 말은 보여주기용”이라며 “실제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DSR로 조여놓았기 때문에 대출 총량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평가한다.
■ 정부, 또 ‘뒤늦은 해명’… 시장 신뢰는 흔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여론에 밀린 수정안이다. 10·15 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대환대출이 규제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금융권과 차주들이 직접 문의를 쏟아냈고, 며칠 만에 금융위가 “혼선이 있었다”고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사후 해명’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6·27 대출 규제 때도 대환대출이 막혔다가 9·7 대책에서야 허용됐고,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되풀이됐다. 결국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책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급하게 내놓고 나중에 수습하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금융권 반응: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완화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출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대환대출은 기본적으로 기존 대출의 이자율만 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총대출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다.
또한 은행권의 내부 DSR 규제는 여전히 엄격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차주가 이론적으로 LTV 70%까지 가능하더라도,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DSR 한도에 의해 낮게 산정된다.
한 시중은행 부장은 “결국 서민의 이자부담 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신규 주택 거래를 활성화할 정도의 정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시장 영향: 단기 혼선, 중기 안정
단기적으로는 시장 혼선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잇따라 규제를 발표하고 번복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 규제의 잦은 변경은 은행의 심사 시스템 혼란을 불러오고, 대출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대환대출 활성화를 통한 이자 절감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출 금리가 5% 내외에서 3%대로 떨어지고 있어, 고정금리 차주들이 갈아타기를 통해 연간 수백만 원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시장 전반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결국 중도금과 잔금대출 등 “공급 단계 금융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
■ 종합 분석: LTV 완화의 ‘절반짜리 효과’
결론적으로 이번 LTV 복원은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정치적 성격의 응급처방에 가깝다. 실제 자금흐름 측면에서 보면, DSR 강화와 신규 대출 규제 지속으로 인해 시장 전체의 유동성은 여전히 제약적이다.
즉, “LTV 70% 복원”이라는 문구는 있지만, 실질적인 대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며, 신규 분양과 공급사업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중도금·이주비 등 생산 단계 자금 흐름을 열어주는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서둘러 규제를 내리면, 나중에 신뢰를 잃는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 수요 억제보다 정확한 시장 구조 파악과 세밀한 금융 설계가 더 중요하다.
“LTV 수치 하나로 시장을 잡겠다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진짜 관건은 ‘누구에게, 어떤 시점에 자금이 흘러가느냐’다.”
정리하자면
- 대환대출은 기존 LTV 70% 유지 (10월 27일 시행)
- 중도금·이주비 등 신규대출에는 여전히 40% 적용
- DSR 하단 상향으로 실질 대출 여력은 오히려 축소
- 정책 혼선으로 시장 신뢰 하락
- 단기적 혼란 후, 중기적으로 일부 이자 부담 완화
정부가 진정한 시장 안정을 원한다면 대출 수치 조정보다는 “정책 간 정합성”을 회복해야 한다. 공급 단계에서의 자금 흐름을 살리고,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금융 여건을 마련할 때 비로소 ‘안정된 부동산 시장’이 완성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