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흐름 중 하나는 바로 ‘강남 쏠림’입니다. 시장 전반은 거래 절벽과 고금리, 대출 규제로 위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매수는 오히려 증가하거나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지역 인기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자산 구조의 양극화와 집중화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고강도 규제 속 유일하게 '버티는' 강남 아파트
2025년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6·27 대출규제, 9·7 공급대책, 10·15 거래제한 조치 등 다수의 강력한 대책을 연이어 시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분양권·입주권 매매도 얼어붙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대문구는 분양권 거래량이 대책 전 34건에서 이후 8건으로, 마포구는 25건에서 5건으로 무려 80% 이상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강남과 송파는 예외였습니다. 오히려 강남구는 입주권 거래량이 1건에서 2건으로, 송파구는 8건에서 1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가격 역시 고점 근처를 유지하거나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는 2025년 11월 41억 5,000만 원에 거래되어 최고가를 경신했고, 강남구 청담르엘 전용 84㎡ 입주권은 65억 원에 매매되어 2022년 대비 약 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장 전체가 위축된 것과는 뚜렷하게 다른 흐름입니다.
'현금 부자'의 집중 투자, 강남만 남았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분명한 자산 구조의 변화가 있습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약 14억 원에 달합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조차 대출 가능한 한도가 최대 6억 원 수준에 불과하므로, 최소 8억 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는 일반 직장인이나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결과적으로 거래 가능한 사람은 이미 다수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현금 유동성 높은 자산가들입니다. 이들은 자산 보존 또는 미래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입지와 브랜드가 확실한 강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강남은 단순한 학군,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자산 가치 보존의 ‘안전 자산’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급 아파트 단지, 재건축 예정지, 강남권 브랜드 단지 등은 거래량이 줄지 않으며, 되려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클 때 자금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몰리는 ‘블루칩 쏠림 현상’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즉, 자산가들은 위기 속에서도 ‘덜 흔들리는 자산’에 돈을 몰아넣고 있으며, 강남은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심화되는 부동산 양극화
문제는 이러한 강남 쏠림이 단지 ‘지역 선호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서울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자산 가격 방어와 비강남권의 가격 침체라는 심각한 지역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 자치구 | 2025년 거래 전 | 2025년 거래 후 | 감소율 |
|---|---|---|---|
| 성동구 | 28건 | 5건 | -82% |
| 마포구 | 25건 | 5건 | -80% |
| 강남구 | 1건 | 2건 | +100% |
| 송파구 | 8건 | 10건 | +25% |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고급 주택 수요가 유지된다는 긍정적 신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울 내 주거 양극화, 자산 이동의 편중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갈등과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강남권은 거래가 단절되면서 가격 방어도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1주택자나 실수요자의 탈서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강남은 더욱 희소한 자산이 되며, 기존 자산 보유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됩니다.
해외 도시와 비교된 서울의 부동산 집중도
이 같은 현상은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도 그 강도가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의 경우, 맨해튼이 고급 주택 중심지이긴 하지만, 브루클린·퀸즈·브롱크스 등 외곽 지역도 일정 수준의 자산 가치 상승이 동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강남3구의 상승률이 비강남 대비 압도적으로 높고, 거래량도 그들만의 시장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런던 또한 켄싱턴이나 첼시 지역이 부유층 밀집 지역이지만, 외곽 지역의 공공주택 공급과 혼합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주거권 양극화가 일정 수준에서 조절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서울은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주거 가치 방어 전략이나 공급 유인책이 부족하며, 민간·공공 공급 모두 위축된 상태입니다. 이 구조가 유지된다면, ‘서울 = 강남 중심 도시’, ‘주택 = 자산 보유자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강남 불패'가 아니라, '정책 실패'의 결과일 수 있다
강남 쏠림 현상은 단순한 시장 흐름이 아닙니다. 이는 대한민국 자산 구조가 얼마나 불균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고강도 규제 하에서도 현금 부자들이 특정 지역의 자산을 독식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는 결국 정책의 방향이실수요자를 외면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건전해지려면, 자산 보유 계층에 집중된 정책 설계가 아닌,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비강남 지역의 주거 질을 개선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공공임대와 민간 공급의 균형적 확대, LTV 조정 등으로 자산 집중을 완화하는 시도가 병행돼야 합니다.
‘강남만 오른다’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결국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시장은 그 신뢰를 잃고, 또 다른 ‘전세사기’, ‘주거불안’, ‘탈도시화’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