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늦출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서울시와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협상 과정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올해 9월 ‘9·7 공급대책’을 발표한 이후, 도심 내 추가 공급 방안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그린벨트 해제, 도심 유휴부지 활용 등 핵심 사안들에서 두 기관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1. 공급 확대 vs 도시계획 유지 — 두 기관의 근본적 접근 차이
국토교통부는 서울 주택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도심 중심의 직접적인 공급 확대를 우선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된 최근, 단기 수요를 잡기 위해선 물리적인 공급량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서울시는 공급 자체보다는 도시기능과 조화를 이루는 계획적 개발을 중시해왔습니다. 서울 도심의 고밀도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만큼, 무분별한 고밀 개발은 교통, 환경, 교육, 기반시설 측면에서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가 서울시의 핵심 논리입니다.
2. 서울시가 반대한 핵심 정책들
국토부의 공급 대책 중 서울시가 가장 강하게 우려를 표명한 정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책 항목 | 국토부 주장 | 서울시 입장 |
|---|---|---|
| 노후 청사 복합개발 | 노후된 공공청사를 고밀 개발하여 공공주택으로 활용 | 기반시설 부족, 지역 교통·학교 문제 고려 부족 |
| 그린벨트 해제 | 도심 외곽에 대규모 택지 확보를 위한 제한적 해제 | 생태계 훼손, 장기 도시계획 원칙 위배 |
| 도심 유휴지 개발 | 국·공유지에 민관합작 방식 공급 유도 | 지역사회 반발 가능성, 인프라 계획 미비 |
| 용적률 상향 및 고층화 | 효율적 수요 대응을 위한 밀도 상승 필요 | 일조권 침해, 도시경관 훼손 우려 |
3. 실제 협의에서 다뤄진 구체 쟁점
서울시가 반대한 사안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쟁점이 부각됩니다.
- 청사 재건축 문제: 예컨대, 강남·서초·종로 등 주요 도심지에 위치한 구청·경찰서 등의 부지를 활용한 복합개발이 검토됐으나, 서울시는 이들 지역의 교통 포화도 및 주민 여론 등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조건부 동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그린벨트 해제: 서울 외곽(강남구 세곡동, 강서구 개화동 일대 등)에 대한 해제 검토가 있었지만, 시는 “환경적 가치가 높고, 한 번 해제되면 되돌릴 수 없다”며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 유휴지 개발: 서울시 소유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소유 부지도 포함되면서, 토지관리 주체 간 협의 문제와 용도 변경 과정의 투명성 부족이 쟁점으로 부각됐습니다.
4. 서울시 입장의 배경: 도시의 지속 가능성
서울시는 단기적인 공급 확대보다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균형 발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택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살기 좋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통, 교육, 환경 등 모든 요소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울시는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과 2040 서울플랜을 바탕으로 개발 밀도, 기반시설 배분, 환경보호 구역 등 도시 운영의 장기적 원칙을 마련해왔기 때문에, 중앙정부 주도의 단기 공급 대책과 충돌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5. 김윤덕 장관의 발언, 협상 신호인가?
이런 상황에서 김윤덕 장관이 “서울시와의 협의가 긍정적이다”라는 발언을 한 것은 단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일정 부분에서는 절충 가능성이 열렸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국토부는 서울시의 반발을 감안해 다음과 같은 수정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 청사 복합개발 시 학교·교통시설 우선 확보 방안 병행 추진
- 그린벨트 해제는 ‘1단계 개발제한 완충지대’부터 검토
- 공공주택 개발 시 ‘지역 상생형 개발’ 모델 도입
즉, 정부는 ‘전면적 공급’이 아닌, 서울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선별적 공급 확대로 방향을 일부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6. 왜 지금 발표를 미루는가?
애초 정부는 연말 내 추가 공급 대책 발표를 목표로 했지만, 청와대 업무보고 일정, 서울시의 조율 요청, 지역 정비사업 이해관계자 조정 등 현실적인 변수들이 맞물리며 내년 초로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급진적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 여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주요 고려 요소로 보입니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지역 민원과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국토부 입장에서도 서울시와의 ‘공동 책임’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7. 결론: 결국, 협의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주택공급은 국가적 과제이지만, 최종 실행 주체는 지방정부입니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서울시가 관련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협의에 나선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고, 김윤덕 장관의 “늦출 수 있다”는 발언은 갈등이 아닌 조율과 타협의 과정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서울 도심 공급 확대는 이미 사회적 명제가 된 상황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조율’입니다.
향후 발표될 공급 대책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타협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합의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