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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로 강남을 잡겠다고? 이광수의 위험한 발언을 해부하다

by 마일 100 2025. 11. 5.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말, 과연 옳을까? 미국과 유럽의 실패 사례를 통해 본 보유세 인상의 진짜 결과를 짚어본다.

최근 한 부동산 방송에서 한 인사가 “세금으로 강남을 잡겠다”는 발언을 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보유세로 집값을 잡으면 박수받는다”는 그의 주장은 단순히 정책 해석을 넘어, 세금이 부동산 시장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과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할까?

1.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단순 논리의 허점

보유세 인상=집값 안정’이라는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매력적이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을 더 내게 하고, 부담이 커지면 투기 수요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는 두 가지 치명적인 오류를 갖는다.

  • 첫째, 세금은 ‘공급’이 아니라 ‘비용’이다.
    세금을 높여도 집의 수가 늘지 않는다. 오히려 세금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임대인들은 그만큼의 비용을 전월세 인상으로 돌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세금 부담은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에게 이전된다.
  • 둘째, 세금이 투기 수요를 막지 못한다.
    한국의 투기 수요는 대부분 ‘시세차익 기대’에서 비롯된다. 세금은 단기 거래에는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시장 기대가 상승하면 그 부담조차 가격에 반영되어 다시 상승세로 이어진다.

결국, 보유세 인상은 집값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거래를 위축시키고 임차인을 힘들게 하는 정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2. 미국의 사례: 보유세 인상이 부른 월세 폭등

보유세 인상이 서민 주거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여러 도시의 경험이 증명한다.

① 뉴욕주 사례 (2017~2021)

뉴욕시는 2017년부터 ‘고가 부동산 세금 강화’를 명분으로 재산세율을 꾸준히 인상했다. 당시 부유층 보유세율은 12% 가까이 늘었지만, 그 결과 임대료는 5년 사이 평균 38% 상승했다. 특히 맨해튼과 브루클린 지역의 아파트 월세는 세금 부담을 반영해 매년 7~8%씩 뛰었다.

뉴욕대학교 부동산경제센터 보고서(2022)는 이렇게 분석했다.
보유세는 자산가에게 직접 부담을 주기보다 시장 전반의 임대료 인상으로 귀결됐다. 결국 세입자들이 세금을 대신 내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② 캘리포니아 사례 (Prop 13 이후)

반대로 캘리포니아는 1978년 Proposition 13으로 보유세를 대폭 제한한 대표적 지역이다. 세금이 일정 수준으로 고정되면서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 없이 장기 보유할 수 있게 되었고, 시장은 안정적으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물론 캘리포니아는 주택 부족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보유세 인상이 주거비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이 사례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즉, 보유세를 낮추는 정책이 오히려 임대료 안정에 더 효과적이었다.

3. 유럽의 교훈: 세금만으로는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

유럽은 사회복지와 조세 정의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부동산 과세정책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신중하다. 그 이유는 ‘보유세 강화가 주거비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① 프랑스 – 부자세(IFI)의 실패

프랑스는 1980년대 중반부터 ‘부자세(Impôt sur la fortune, ISF)’라는 보유자산세를 도입했다. 부동산을 포함한 순자산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매년 자산가치의 1.5%까지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상류층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으로 이주했고, 파리 시내의 고급 임대주택은 공급이 급감했다. 2017년 프랑스 정부는 결국 ‘부자세’를 폐지하고 부동산 중심의 IFI(부동산 부유세)로 전환했지만, 이후에도 임대료는 5년 사이 약 22% 상승했다.

프랑스 재무부 보고서는 이렇게 분석했다.
세금은 부자에게 부담을 준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마비시켰다. 자산가의 회피 전략이 늘면서 중산층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② 스웨덴 – 보유세 폐지 후 시장 정상화

북유럽의 복지국가 스웨덴은 2008년, 모든 형태의 순자산세(wealth tax)를 전면 폐지했다. 그 이전에는 보유세가 높아 부자들이 해외로 자산을 이전했고, 부동산 거래량이 40% 이상 감소했다. 세금이 사라진 후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되고, 임대시장 공급이 다시 늘었다. 스웨덴 정부는 이후 “보유세보다 시장의 신뢰와 공급 확충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③ 독일 – 지방세 중심의 안정적 모델

독일은 유럽에서 비교적 안정된 주거시장을 유지하는 나라다. 비결은 보유세 대신 지방세 중심의 구조에 있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금은 낮지만, 거래 시 부과되는 취득세(5~6%)와 지방정부의 임대료 규제 장치가 있다. 즉, 세금으로 투기를 억제하기보다 시장 내 거버넌스와 임대관리 시스템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베를린이 2020년 ‘임대료 동결법’을 시행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려 하면 임대 공급이 사라지고, 결국 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유럽 주요국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세금으로 시장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예외 없이 실패했다는 점이다.

4. 한국의 현실 – 보유세 인상이 불러올 결과

한국의 경우, 이미 공시가격 현실화재산세·종부세 누진 강화를 통해 보유세 부담이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의 공동주택 중위 공시가격2018년 대비 약 2배, 보유세는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 시기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게 올랐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보유세가 오르면, 다주택자는 매도 대신 임대 전환을 선택한다. 그 결과 매매시장보다 전세·월세 시장이 불안해진다.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종부세 강화 이후 전국 평균 월세는 2년 만약 42% 올랐다.

5. ‘강남을 잡겠다’는 발언의 근본적 문제

이광수 소장의 발언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을 특정 지역의 문제로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강남을 잡는다”는 표현은 정치적 구호일 뿐, 시장 논리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 금리, 공급, 정책 신뢰 등 수많은 변수로 작동한다.

만약 보유세를 인상해 강남의 집값을 누른다면 결국 그 자금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한다. 즉, 판교·과천·동탄·광명 등으로 수요가 퍼져 2차, 3차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것이다. 결국 ‘강남 잡기’는 ‘수도권 전역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 무주택자와 개딸들에게 묻는다

최근 일부 무주택자 커뮤니티와 정치 팬덤(소위 ‘개딸’)에서는 “보유세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세금을 올리면 부자들이 집을 팔 것이고, 그럼 집값이 내려가서 내 집 마련이 쉬워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료는 반드시 오른다.
  • 매물은 줄고, 시장 유동성이 말라붙는다.
  • 집값은 단기적으로 잠시 멈추지만, 공급 감소로 다시 급등한다.

결국 보유세 인상은 무주택자에게 ‘기회’가 아니라 ‘부담’으로 돌아온다. 월세와 전세가 오르면, 내 집 마련 자금은 더 멀어진다. 정부는 “투기 억제”를 외치지만, 시장은 “거래 마비”로 응답한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또 하나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보유세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대형 투자기관의 시장 독점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높은 세금 부담에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자, 블랙록(BlackRock),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같은 기관들이 대량으로 주택을 사들이며 임대시장을 장악했다. 그 결과 월세는 더 치솟고, 일반 서민들은 더욱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했다.

이 현상은 이제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올해 초에는 한 집주인이 자신이 세 놓은 집의 새로운 임차인이 ‘모건스탠리’라는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기사까지 등장했다. 만약 이런 투자기관들이 보유세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는 개인 다주택자의 주택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한다면, 한국 부동산 시장의 마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보유세 인상은 부자 처벌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기관 중심으로 재편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세금의 목적이 공정이 아니라 독점의 길로 가게 된다면, 그 피해는 다시 서민과 청년층에게 돌아올 것이다.

7. 진짜 해결책은 세금이 아니라 신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심리’다. 사람들이 정부를 믿고, 정책의 일관성을 느껴야 시장은 움직인다. 보유세 인상처럼 ‘처벌형 정책’은 심리적 불안을 키우고, 투자심리를 왜곡시킨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세금 강화가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철학이 뒤집히면, 누가 시장을 믿고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8. 결론 – 보유세 인상,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이광수 소장은 방송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면 박수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박수는 현실에서 세입자의 한숨으로 바뀐다. 보유세 인상은 부유층 처벌이 아니라 중산층과 청년층의 주거비 폭탄으로 이어진다.

프랑스, 스웨덴, 독일의 사례가 말해주듯, 세금은 시장의 균형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도, 유럽도, 그리고 한국도 결국 신뢰와 공급이 주택 안정의 핵심임을 깨달아야 한다.

다시 말해 시장은 응징이 아니라 신뢰로 움직인다. 보유세로 강남을 잡겠다는 말은 결국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보유세를 올리면, 당신은 정말 행복해질까?
그 대답은 이미 뉴욕과 파리의 세입자들이 대신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