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 실행되고 나서 통장에 숫자가 찍혔을 때, 묘하게 안심이 되면서도 동시에 부담이 느껴졌다. 돈이 생겼다는 느낌보다, 이제부터 매달 빠져나갈 돈이 생겼다는 느낌이 더 컸다. 그래서 나는 대출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얼마를 벌까”가 아니라 “얼마가 빠져나갈까”부터 계산하게 됐다.
이자가 생기자 생활비의 의미가 달라졌다
대출 전에는 월 고정비를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구독 서비스 정도만 떠올렸다. 그런데 이자가 하나 추가되자 그 모든 숫자들이 갑자기 더 무겁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그냥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던 금액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점검해야 할 항목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고정비를 표로 만들어봤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 고정비를 전부 적어봤다. 월세, 관리비, 전기·가스 요금, 통신비, 보험료, 각종 구독 서비스, 그리고 대출 이자까지. 적어보니까 생각보다 항목이 많았고, 금액도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은 “대충 이 정도 나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줄일 수 있는 것과 줄일 수 없는 것이 나뉘었다
표로 만들어 보니 신기하게도 성격이 나뉘었다. 월세나 이자처럼 줄일 수 없는 것, 그리고 통신비나 구독 서비스처럼 줄일 수 있는 것.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이자가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생겼다. “이건 유지, 이건 조정 가능” 같은 식으로 머릿속에서 분류가 됐다.
돈 관리가 아니라 불안 관리에 가까웠다
이 과정을 하면서 느낀 건, 이게 단순히 돈을 아끼는 행위가 아니라 불안을 관리하는 행위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숫자를 정리하니까 막연한 걱정이 조금 줄어들었다. 얼마가 나가고, 내가 감당 가능한 선이 어디인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출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 게 아니라, “모르는 상태”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다시 본다
한 번 정리해놓고 끝낸 게 아니라, 지금도 가끔 그 표를 다시 본다. 크게 바뀌는 건 없지만,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대출을 받기 전에는 돈을 “쓰는 것”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돈이 “흐르는 구조”를 더 많이 보게 됐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 나에게 대출 이후의 첫 행동은 소비 조절이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그게 지금도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다고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