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8000만원대를 돌파했다. ‘래미안 트리니원’(서초구 반포동)은 3.3㎡당 8484만원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단지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과천, 성남 분당에서도 7000만원대를 넘기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며, 강북에서도 4000만원대가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서울 분양가 1억 시대’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과연 분양가가 이렇게까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원가 상승’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 ① 분양가 급등의 실질 원인 — 단순한 공사비 인상 이상의 문제
표면적으로는 건축비와 금융비용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이후 4년간 주거용 건물의 공사비 지수는 약 13.6% 상승했다. 자재비, 인건비, 전력비 등이 동반 상승한 결과다. 특히 2024년 이후 건설용 철근,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을 돌파했다. 과거 평균이 70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0~40%의 상승폭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공사비가 아니라, 토지비와 금융비용 구조다. 2021년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 당시 전용 59㎡의 대지비는 약 1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4년여 만에 같은 지역, 같은 면적의 ‘래미안 트리니원’ 대지비는 15억~17억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무려 5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 상승의 배경에는 단순한 땅값 상승 외에도, 금융비용의 폭등이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시장이 경색되면서, 시공사·조합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가 2~3배가량 높아졌다. 결국 조합은 이자 부담을 분양가에 전가하고, 이는 ‘도미노식 가격 전가 구조’를 만들어냈다.
📈 ② ‘공급 절벽’이 만든 가격 왜곡 — 수요와 심리의 결합
분양가 상승은 단순히 원가 때문만이 아니라, 공급 부족과 수요 왜곡의 결합 때문이다. 2020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신규 공급은 각종 인허가 지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사업성 저하로 인해 급격히 줄었다. 2024년 서울의 아파트 착공 건수는 2018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신규 인허가 물량도 10만호 아래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시장에는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게다가 금리 인상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금 유동성을 가진 수요층은 존재한다. 이들은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질 것”이라는 심리에 휩싸여 청약시장에 몰린다. 즉, 공급이 줄어든 상태에서 수요가 줄지 않으니, 분양가는 자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의 말처럼, “공급 절벽과 전세난이 심화되며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 공포)가 분양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 ③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 약화 — 규제가 가격을 억누르지 못하는 이유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 + 건축비 + 가산비용’의 합으로 분양가를 제한하지만, 이 계산 방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택지비 산정에 사용되는 감정평가 기준은 6개월 이상 전의 시세를 반영하고 있어, 실제 시장가격보다 낮게 산정된다. 이에 따라 조합과 시공사들은 ‘기타 비용’ 명목으로 추가 반영하며, 사실상 상한제를 우회한다. 예컨대 ‘조합원 이주비 이자’나 ‘홍보비’ ‘설계변경비’ 등은 상한제 계산식에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민간택지나 비강남권 재개발 지역에서는 오히려 분양가가 강남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성남 ‘더샵분당티에르원’의 분양가는 3.3㎡당 7169만원으로, 일부 강남 단지와 맞먹는다. 강남은 상한제 때문에 억제된 반면, 비강남권은 시장가격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적 규제가 시장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격의 왜곡과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 ④ 왜 과천·성남·광명까지 고분양가가 번지는가?
분양가 급등이 ‘강남 한정 현상’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 기사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성남 분당, 과천, 성동구, 광명 등 이른바 ‘준강남권’에서도 3.3㎡당 7000만원대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① 강남권 대체 수요의 이동: 강남 진입이 어려워진 중상층 수요가 접근성이 좋은 과천·분당·광명으로 옮겨갔다.
- ② 지방정부의 인허가 지연과 토지 공급 부족: 해당 지역도 재건축·재개발 중심이라 토지 매입가가 이미 강남 수준에 근접했다.
즉, 이들 지역은 실질적으로 강남권 수요의 연장선이며, 따라서 분양가도 그에 맞춰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이 ‘기본형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서울 전역의 분양가를 함께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 ⑤ 3기 신도시가 분양가를 잡을 수 있을까? — 현실적 한계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의 대규모 공급이 분양가 오름세를 진정시킬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낙관론에 가깝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수도권 ‘비주류 지역’ 중심의 입지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고양 창릉, 안산 신길2 등 대부분 서울 외곽에 위치한다. 즉, 도심 접근성이 낮고, 고소득층의 주거 선호지와 거리가 멀다. 분양가 상승의 중심축은 강남·서초·송파 등 ‘프라임 입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외곽 공급이 많아도 도심 분양가에는 직접적인 하향 압력을 주지 못한다.
② 수요층의 불일치 — 고소득층의 선택지 아님
강남권의 분양 수요는 대부분 기존 자산가·전문직 고소득층이다. 이들은 생활 편의시설, 학군, 직주근접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3기 신도시의 중소형 위주 설계나 공공주도 공급 방식은 매력적이지 않다. 결국 3기 신도시는 ‘공급 통계상 물량’은 늘리지만, 실제 시장에서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수요층의 선택지는 되지 못한다.
③ 건설 원가와 토지보상비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전이
3기 신도시는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왕숙·교산·창릉 등 6개 지구의 총 보상비 규모는 35조 원을 넘는다. 이 비용은 결국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저렴한 분양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하남 교산 1차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예상가는 3.3㎡당 2800만~3200만원으로, 기존 2기 신도시보다 훨씬 높다. 이는 “3기 신도시가 분양가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 ⑥ 공급과잉이 아닌 공급의 ‘질’ 문제
한국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공급의 ‘양’이 아니라 ‘질’에 있다. 정부는 매번 “공급 물량 확대”를 외치지만, 실제로 시장이 원하는 형태, 즉 입지, 평형, 인프라가 우수한 고품질 아파트는 여전히 부족하다. 3기 신도시 대부분은 중저가 공공분양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며, 교통망 확충도 완성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이 때문에 ‘입주 시점의 시장 영향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3기 신도시 공급은 장기적으로 주거복지 개선에는 기여하겠지만, 도심 분양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강남과 준강남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양가 급등세를 막으려면, 도심 내 정비사업 절차를 완화하고, 사업성 확보를 위한 금융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다.
✅ 결론 — 분양가 안정의 핵심은 ‘공급 구조의 개혁’이다
현재 분양가 급등은 단순한 원가 상승의 결과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공공의 인허가 지연, 금융비용 전가, 공급 절벽, 심리적 수요 과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공급은 양적 확대에는 의미가 있지만, 가격 안정화의 근본 처방은 아니다.
진정한 분양가 안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 ① 재건축·재개발 절차의 합리적 간소화 — 사업 속도를 높여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 ② PF 금융시장 정상화 — 시공사와 조합의 금리 부담을 줄여야 분양가 전가를 막을 수 있다.
- ③ 도심 내 고밀도 개발 허용 — 수요가 몰리는 곳에 실질 공급이 있어야 가격이 잡힌다.
- ④ 상한제 개선 —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인위적 상한은 시장 왜곡만 초래한다.
강남·성남·과천의 7000만~8000만원대 분양가는 단순히 “집값이 비싸졌다”는 현상이 아니다. 이는 정부의 공급정책과 금융정책, 그리고 시장심리가 맞물려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따라서 해법 또한 단기적 ‘공급 확대’ 구호가 아니라, 정책 신뢰 회복과 공급 구조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의 분양가는 ‘고삐 풀린 가격’이 아니라, ‘정책 신뢰의 가격’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