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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세도 못 살겠어” — 토지거래허가제와 전세9년법의 충돌,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by 마일 100 2025. 11. 5.

2025년 10월,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 번 거센 혼란에 빠지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전세9년법(3+3+3)’까지 발의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제는 전세도, 매매도 불가능하다”는 푸념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는 갭투자 차단과 실수요 중심 거래를 강조하지만, 정작 ‘세입자의 도시’ 서울에서는 임대 물량이 급감하면서 거주할 집 자체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벌어지고 있다.

🏙️ 서울, 10가구 중 6가구가 세입자

통계청의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자가점유율은 44%로 전국 최하위다. 즉, 10가구 중 6가구는 임차인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실거주자만 거래 가능’이라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는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토허제는 거래 허가 후 4개월 내 실입주, 2년 의무거주 등의 조건이 붙는다. 이는 곧 “입주 가능한 집만 거래할 수 있다”는 뜻으로, 결과적으로 매물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 10·15대책 시행 직후 서울의 매매 매물은 불과 일주일 만에 8.7% 감소했다.

📉 ‘전세9년법’이란 무엇인가?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4년(2+2년)인 계약갱신청구권을 최대 9년(3+3+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즉, 세입자가 계약을 두 번 더 갱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입자는 안정적인 거주권을 보장받지만, 문제는 임대인(집주인)의 재산권과 시장 유동성이 심각하게 제한된다는 점이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들인 뒤 최대 9년 동안 매매·실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임대차종료확인서를 받아야 하거나, ▷직접 실입주 후 2년을 살아야 매도가 가능하며, ▷아니면 9년 뒤에야 주택을 매도할 수 있다. 이처럼 시장 유연성이 완전히 사라진다.

💥 토허제 + 전세9년법, 시장 충돌

현재 시장은 토허제(매수 제한)전세9년법(매도 제한)이 동시에 논의되며 ‘이중 경직’ 상태에 빠졌다. 매수자는 허가가 필요하고, 매도자는 세입자 때문에 매도 타이밍을 잃는다. 그 결과, 시장 전체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4년 보장) 도입 직후 전월세 거래량은 평균 25% 감소했고, 신규 전세 가격은 9~11% 상승했다. 이번 ‘9년법’이 통과되면 상승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세입자는 안정, 그러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임대인이 9년 동안 임대료를 조정할 수 없게 되면 초기 계약금액을 높게 설정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결국 신규 세입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독일은 평균 12년 거주가 가능하지만, 대신 임대료 상한제와 임차인 선별 절차(소득증명·면접 등)가 매우 엄격하다. 즉, ‘장기 거주권’은 시장의 자유와 맞바꾸는 구조다.

📊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

해당 법안에는 여당과 범여권 의원 10명이 공동발의했지만,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는 3만 건 이상의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 “임대인의 권리 침해”, “매물 잠김으로 인한 전세 폭등” 등이 주된 이유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시장 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인-임차인 간 선택권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 시장 전문가 진단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9년 전세법이 시행되면 서울 및 수도권 외곽 전세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며 “토허제와 맞물릴 경우 거래절벽이 심화된다”고 경고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역시 “장기 임대 보장은 이상적이지만, 정책이 급격히 바뀌면 불안 심리가 커지고 시장은 더 위축된다”며 “지금은 추가 규제보다 시장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안 통과 가능성은?

현재 국회에서는 ‘전세9년법’이 법안소위로 회부되지 않은 상태이며, 정부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악화 리스크가 커 단기간 내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그러나 정치권은 부동산 민심이 선거 결과에 직결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어, 법안 자체는 ‘논의 테이블’에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 즉, ‘폐기’보다는 ‘수정·보완형 통과’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

1️⃣ 단기적으로는 거래절벽 심화 토허제의 매수 제한과 9년법 논의로 매도·매수 모두 위축. 단기 거래량은 20~30% 감소할 가능성.

2️⃣ 전세 가격 상승 압력 임대차 보호가 강화될수록 신규 계약금액은 높아짐. 2020년 사례 기준, 최소 10% 상승 예상.

3️⃣ 매매가 방어 효과 매물이 줄면 시장에 희소성이 생겨, 일시적으로 매매가 하락 속도가 완화될 수 있음.

4️⃣ 장기적으로는 공급 왜곡 전세 공급이 줄면 월세화가 가속. ‘반전세 → 월세 전환’이 늘어나며 실수요자 부담 증가.

🧭 결론: 시장은 정책보다 ‘심리’에 움직인다

정부가 실거주를 강조하고 정치권이 임대차 보호를 내세우지만, 결국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지금의 상황은 실수요자, 투자자, 임대인 모두가 멈춰버린 정지 상태다.

‘토허제’는 거래를 막고, ‘전세9년법’은 임대를 묶는다. 이 두 제도가 함께 작동하면 서울은 말 그대로 ‘거래 절벽 도시’가 된다. 정책의 방향성은 이해되지만, 현재의 주택 공급 부족 국면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결국, 주거 안정의 핵심은 시장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다. 규제가 아니라, 계획된 공급과 안정된 금융정책이 해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법안이 아니라, 기존 제도와 시장의 조화를 되돌아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