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월 사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 원화 가치 하락, 환율 급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그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단순한 시장 수급이 아닌,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 특히 ‘민생 소비쿠폰’ 등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통화량 증가와 자산시장(부동산, 환율 등)의 관계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진짜 원인은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 특히 민생 소비쿠폰”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주장은 얼마나 타당한 걸까요? 이 글에서는 소비쿠폰이 유동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자산시장에 반영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민생 소비쿠폰, 단기 생계 대책인가 장기 유동성 방아쇠인가?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소비 진작과 경제 회복을 위해 다양한 복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생 회복 소비쿠폰’입니다. 이 소비쿠폰은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거나, 지역 상품권, 온누리 상품권, 전통시장 바우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려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쿠폰들이 모두 정부 재정지출로 충당되었으며, 그 대부분은 국채 발행을 통한 차입으로 실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곧 광의통화(M2) 증가와 직결되며, 유동성 팽창을 의미합니다. 통화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확장적 재정지출은 실물 생산 없이 화폐만 늘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소비쿠폰은 정부 지출이라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 전반에 유동성을 배분하는 행위였고, 그 결과는 시차를 두고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2. 통계로 확인된 ‘쿠폰 효과’ — M2 통화량 폭증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M2 통화량은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했습니다. 이는 과거 금융위기 이후 완화 정책 당시 수준과 유사한 수치이며, 기준금리가 여전히 3%대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늘어난 것은 금융 정책 외의 재정정책이 통화에 영향을 줬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 연도 | 10월 M2 잔액 (조 원) |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 주요 정책 |
|---|---|---|---|
| 2022 | 4,056 | 7.1% | 기준금리 인상 시작 |
| 2023 | 4,362 | 7.5% | 소비쿠폰 지급 확대 |
| 2024 | 4,471 | 8.7% | 지속적 민생 지원 정책 |
특히 주목할 점은 M2 증가분 중 약 31조 원이 ‘수익증권’ 항목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국민들이 소비쿠폰 등으로 받은 유동성 중 일부를 현금성 자산 → 금융상품 → 자산시장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3. 왜 ‘소비’ 대신 ‘투자’로 유동성이 흘렀나?
소비쿠폰의 본래 목적은 자영업자 소득 증대와 내수 활성화였습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 특히 중산층 이상은 이 소비쿠폰을 추가 소득으로 인식하고, 이를 소비보다는 자산 확보 수단으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방어적 소비’ 증가
- 고금리 + 실질금리 음의 효과로 예금보다 투자 선호 증가
- 주식·가상자산 변동성 확대로 인한 ‘부동산 회귀’ 심리
- 전세대출 규제 완화 + 생애최초 LTV 확대 등 정책적 유인
결국 소비쿠폰은 의도와 달리 소비로 이어지기보다는 자산시장 유입 경로로 작동한 것이며, 이것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입니다.
4. 부동산 시장과의 연결고리, 실거래가로 증명되다
서울 주요 아파트의 실거래가 분석 결과,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등이 2024년 들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 시점은 소비쿠폰, 청년 지원금, 고금리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시기입니다.
| 아파트 | 2023년 하반기 실거래가 | 2024년 하반기 실거래가 | 상승률 |
|---|---|---|---|
| 잠실 리센츠 (84㎡) | 21.2억 원 | 24.6억 원 | +16.0% |
| 신반포 자이 (84㎡) | 23.0억 원 | 27.4억 원 | +19.1% |
|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 17.5억 원 | 20.9억 원 | +19.4% |
이와 같이 서울 핵심 지역은 물론, 준신축이 아닌 20년차 구축 아파트까지 가격 상승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급 부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며, 명백한 유동성의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환율 급등, 통화팽창의 두 번째 그림자
원화 약세는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었으며, 2025년 12월 기준 환율은 1,470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M2 통화량이 과도하게 늘어난 결과로, 원화 가치가 희석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즉, 다음과 같은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 → 시중 유동성 증가
- 국내 자산시장으로 흘러든 유동성 → 부동산 가격 상승
- 유동성 증가 + 무역수지 악화 → 원화 수요 감소
- 결과적으로 환율 급등, 외화 유출
한편, 주택 구매자의40% 이상이 대출 없이 현금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대출 규제 완화가 아닌, 이미 누적된 유동성(소비쿠폰 등)이 자산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6. 정부와 한은의 해명, 설득력 있는가?
한국은행은 ETF가 포함된 ‘수익증권’ 증가로 M2가 급증했다고 해명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식형 ETF, 채권형 ETF는 M2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포함되는 것은 현금성 ETF이며, 이 또한 유동성이 매우 높은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ETF 구성을 바꾼 것일 뿐, 새로운 유동성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 특히 전직 골드만삭스 출신의 전문가들조차 “억지 해명”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소비쿠폰에 대해 한국은행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통화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은 정치적 중립성과 데이터 해석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7. 결론: ‘착한 정책’은 시장을 속일 수 없다
소비쿠폰은 국민 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좋은 복지정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금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은 ‘돈을 푼 결과’입니다. 이는 한은이 말한 것처럼 단순히 수익증권 재배치나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이미 풀려버린 유동성은 자산시장에 뿌리내렸고, 그것이 가격을 밀어올렸으며, 동시에 국민 생활의 체감 물가도 자극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방향을 만들 수 있지만, 시장은 결과로 말합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통화량 폭증의 책임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으며, 다음 부양책 또는 복지정책이 다시 유동성을 자극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과 사전 대응이 필요합니다.
“현금성 쿠폰이 만든 유동성 폭탄은 언젠가 자산시장과 환율로 되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