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무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미리내집’ 정책을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수혜자가 극히 적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 규제, 보증금 상승, 자산 격차 확대 등 복합적 문제가 얽히며, 정작 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신혼부부들이 오히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책 개요: '미리내집'의 출발
‘미리내집’은 서울시가 공급하는 일종의 중장기 임대주택 모델로, 신혼부부·청년·무주택자 등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세 대비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로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제도다. 2022년 시작된 이 정책은 매입임대 또는 리츠를 통한 형태로 공급되며, 2025년 현재까지 6차 공급이 진행됐다.
서울시는 6차 물량으로 총 400가구를 공급하였고, 이 중 대부분은 송파·서초·양천·강동 등 선호도 높은 지역의 신축 아파트에서 공급됐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지점은 바로 ‘보증금 수준’이었다.
신혼부부는 정책 대출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미리내집 물량 중 정책 대출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은 104가구(26%)에 불과했다. 나머지 296가구는 보증금이 4억 원 이상이라 정책 대출 요건에서 제외되며, 신혼부부가 해당 보증금을 마련하려면 시중은행에서 4%대 금리의 일반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 잠실 르엘 전용 45㎡: 보증금 6억2088만원
- 메이플자이 전용 43㎡: 보증금 6억8640만원
- 서초푸르지오써밋 전용 59㎡: 보증금 8억9700만원
이런 상황에서 ‘신혼부부용 공공임대’의 정체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에 버팀목 대출조차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부 정책과 지자체 정책 간 엇박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출 규제가 부른 악순환
문제는 단순히 보증금 수준이 높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6·27 대책으로 인해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금 한도가 3억 원 → 2억5000만원으로 축소되면서, 기존에는 정책 대출이 가능했던 주택들도 이제는 규제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강동리버스트4단지의 전용 59㎡는 보증금이 3억8532만원이지만, 대출 한도가 2억5000만원으로 제한되면서 신혼부부는 1억3500만원 이상을 자력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는 30대 평균 순자산이 2억5400만원임을 고려할 때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초기 보증금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의 실질 효과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23년과 비교해보면 경쟁률 또한 급감했다. 2023년 4차 모집 당시 64.3: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미리내집은 2025년 5차에서는 39.7:1로 하락했다. 이는 금융 접근성 제한, 실질적인 임대 혜택 부재, 자금 부담의 증가로 인한 수요자 이탈을 의미한다.
“이제 신혼부부에게 미리내집은 더 이상 '로또'가 아니다. 정책이 시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부동산시장 관계자
서울시의 반론과 정부와의 엇박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신혼부부 등 청년층에는 6·27 대출 규제를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고 국정감사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서울시는 보증금 기준을 6억 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아직까지 대출 규제 완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건전성,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을 이유로 제도적 완화를 주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정책 불일치가 수요자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해결책은 없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책이 필요하다:
- 1. 정책 대출 요건 현실화: 수도권 전세 보증금 기준을 현행 4억 원 → 6억 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
- 2. 신혼부부 및 청년층 예외 조항: DSR·LTV 등 대출 규제에 있어 일부 예외조항을 신설해 정책 대상자가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 3. 중위소득 기준 확대: 버팀목 대출의 소득 요건 또한 현실화되어야 한다. 맞벌이 180% 기준은 평균 중산층조차 제외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 4. 정책 대출의 단일 창구화: 주택도시기금, 서울주택도시공사, 시중은행 등이 각각 따로 운영되는 지금의 구조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 조회와 신청이 가능해야 한다.
결론: 진정한 공공주거 정책이 되기 위해
서울시의 ‘미리내집’은 정책 의도 자체는 탁월했다. 자가보유 부담이 큰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양질의 주택을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 주거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정책 설계의 모범이었다. 하지만 정책이 시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대출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진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급격히 저하된다.
청년과 신혼부부는 이 사회에서 주거 사다리를 올라가야 할 ‘내일의 주역’이다. 그들이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좌절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는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임대 정책은 그저 명분만 남은 껍데기로 전락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