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2025년 10월 현재, 미국의 대중국 100% 추가 관세 조치가 전 세계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미중 간의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역시 미국과 정식 관세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산업 전반이 불확실성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글에서는 관세협정 공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향후 산업계가 취해야 할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 그리고 미국과의 협정 부재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0월,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 부과를 공식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을 의미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대대적인 재편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격변 속에서 한국이 미국과 별도의 관세협정을 맺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캐나다·멕시코(USMCA), 유럽(EU), 일본과는 일정 부분 관세 양해를 체결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조건부 면세” 수준의 임시적 무역 이해 각서(MOU)만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산 주요 수출품 —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 — 에 대해 미국 세관이 수시로 관세 검토 및 잠정적 부과 조치를 내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국가’로 분류되어 관세 리스크 국가(Risk Trade Partner)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의 직격탄 –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줄줄이 타격
반도체 산업 – 수출 규제와 공급망 단절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는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상태이며, 중국 역시 미국과 거래하는 기업에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텍사스 공장에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내 생산 물량의 대미 수출분은 ‘중국 원재료 비중’ 문제로 인해 추가 관세 검토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자동차 산업 – 전기차 보조금 배제와 관세 리스크
전기차 분야도 상황이 심각하다. 2024년부터 시행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에는 세제 혜택이 제한되고 있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정이 부재한 탓에 한국산 완성차 일부가 25% 관세 부과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현대·기아는 미국 조지아 공장 증설로 대응 중이지만, 완성차 공급망의 상당수가 여전히 한국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관세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산업 – IRA 규제와 원자재 의존도
배터리 분야는 미국의 ‘중국산 핵심소재 배제 조항’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미국 현지 합작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중국산 리튬·니켈·흑연에 대한 의존도가 50% 이상이다. 이는 IRA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관세 면제 불가 및 세제 혜택 박탈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의 해법 – 새로운 무역 질서에 맞는 3단 전략
① 한미 간 첨단산업특별관세협정 추진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AI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산업 중심의 전략적 관세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는 실용적 거래를 중시하기 때문에, 국가 안보 + 산업 이익 연계형 협상안을 제시해야 실질적 면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② 공급망 리디자인 (Supply Chain Redesign)
한국 기업들은 이제 ‘미국 내 생산 비중 60% 이상’을 목표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 제3국에 중간 조립 라인을 구축하여 ‘우회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 해법이다.
③ 유럽·중동 시장 다변화
미국 중심의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유럽(EU), 사우디, UAE, 인도와의 FTA+기술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유럽의 친환경 인센티브 정책은 한국 기업에게 IRA의 대체 시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
미국과의 관세협정이 부재한 지금, 한국 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무역의 파도’ 위에 서 있다. 반도체는 공급망 단절의 위기, 자동차는 보조금 박탈, 배터리는 IRA 규제의 덫에 걸려 있다. 그러나 이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관세 협정을 “경제안보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핵심 허브 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는 정치적 균형이 아니라 경제 현실 중심의 외교로, 기업은 단기 손익보다 공급망 독립성 확보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의 관세전쟁은 장기화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더 빨리 적응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한국의 선택이 미래의 무역 질서를 결정할 것이다.